[조규태의 교실단상 54] 수요일은 아침 걷기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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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민신문
기사입력 2018-11-08 [10:09]

▲     © 오산시민신문

 

요즘 아이들의 삶은 어떤가? 밖에서의 활동이 줄어들었다. 미세먼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먼저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 갇혔다가 학원에서 다시 갇혀 꼼짝을 못하며 공부하다 집에 온다. 밖에서의 활동이 간절히 필요하여 시작한 것이 아침 걷기이다. 수요일에 걷는다. 이 날이 기다려진다.

 

등교하면서 자기 가방을 스텐드에 두고 걷는다. 운동장 한 바퀴 돌다보면, 친구들을 만난다. 둘셋, 삼삼오오 함께 걷는다. 자연스럽게 친구와 아침시간을 보내면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진다. 걷다가 힘들면 의자에 앉아 쉬는 아이도 있고 철봉에 매달리고 모래장난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래라 저래라 누가 시키지 않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얼굴표정이 밝아진 아이들은 “교감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아는 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큰 무리로 커지고 운동장은 어느 새 학생, 선생님들로 가득하다.

 

“혁아, 누구야?”
“누나예요. 우리 누나요.”
“함께 운동하는 걸 보니, 친절한 누나네.”
“와 저기 달이다. 아침인데 달이 보인다.”
“누나 얼만큼 좋아?”
“하늘만큼, 저 달만큼, 아니 우주만큼, 아니 하늘 달 우주만큼이요.”
이러한 동화같은 이야기를 실제 주고받으며 걷는 아이들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     © 오산시민신문



9시 10분, 수업 시작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썰물처럼 사라져 교실로 숨는다. 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아픈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픈 아이들 뒤에 아픈 부모가 있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선생님도 시름시름 아프다. 온전하지 않고 방임된 가정에서 자란 때문일까. 어느 교실할 것 없이 수업 방해 행동이 늘고 있다. 밖으로 나와 배회하는 아이들과 숨바꼭질하는 선생님의 속이 타들어간다.

 

삶 치유 교육공동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아침걷기이다. 담임선생님과 힘든 아이들이 손잡고 함께 걷기를 바란다. 아침에 걷은 아이들은 한결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지식학습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내면의 아픔을 위로하고 회복하도록 하는 치유의 시대가 되었다. 지난 토요일 학부모회에서 제1회 돗자리 영화제를 성공리에 마쳤다. 따분한 주말을 의미 있게 보냈다. 가족간 친밀감을 생겼다. 놀이협력지원단이 학생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았다. 아침 책읽어주기도 많은 아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모두가 마음치유를 위한 모임들이었다.

 

선생님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목요일을 치유의 날로 정하였다. 미국 학교 교육과정에 명상이 정식으로 도입되었고 명상은 심리치료로서 의료보험이 된다고 한다. 1박 2일 명상캠프로서, 관악산 연주대와 남해 보리암에서 산상명상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여름방학 해외로 걷기명상을 떠나려 한다.

 

교육이 가르치는 것이란 착각은 오래 전에 끝났다. 지금 당장 배움을 넘어 치유가 필요하다. 세상은 주인공으로 살고 싶은 나를 종으로 살라한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못하면,  병이 나게 되어 있다. 자유인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치유적 교육환경이 절실하다. 매주 목요일 오후 치유의 날에 똑똑 사랑방에서 소통이 가을 낙엽처럼 쌓이고 쌓여 삶 치유 교육공동체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작게 시작하여 크게 키우려 한다.

 

▲  조규태 선생님  © 오산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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